EXHIBITION
오늘, 약속이 없어요 展
전시 기간 2020년 09월 09일 ~ 2021년 02월 21일
참여 작가 백인교, 이지훈, 심성희, 박진희, 안소현, 혜순황, 이상은
기획 의도
모든 것이 연결되어 편리해진 초연결사회로 인해 사람을 대면하지 않고도 사회적 관계성이 부여되는 시대가 왔다. 실제로 얼굴을 마주하며 관계를 쌓아가는 방식의 소통이 점차 줄어듦에 따라 사회구성원의 개인적 삶 안에서의 외로움이 가중되었다. 이러한 외로움의 형성은 인간의 공적 영역을 무너뜨려 사회적 소외현상으로 번지는 위험성을 내재한다. 이에 본 전시는, 네트워크상에서 모든 것이 연결되는 사회시스템의 변화로 인해 양산되는 사회적 외로움에 대해 다각도로 탐구하고자 한다.
전시 서문
지난날 사회(society)는 무수한 타인들의 결합체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개인(individual)은 집단이라는 관계중심적 접근에서 벗어났고, 오직 자신의 존재만으로 그 자체가 사회를 구성하기에 충분한 시대로 변화했다. 혼자라는 의미가 더는 사회와의 고립을 뜻하지 않으며, 최근에는 타인과의 접촉 없이 소통하는 비대면적 언택트(Un-tact) 문화가 형성되는 등 사회는 점점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흐름에 현대기술의 발전이 더해져,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네트워크상에서 모든 것이 연결된 초연결사회에 진입하여 개인화된 사회구조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대중들은 광장의 기능을 대신하는 수많은 커뮤니티에 속하게 되었고, 오프라인에서 약속을 잡고 만나는 전통적인 방식의 소통은 점차 줄어들었다. 이러한 사회시스템이 주는 신호들의 이면에는 구성원 개인의 심리적 무게가 존재한다.
초연결사회의 시스템으로 타인과 소통하는 방식에 편리함을 누렸던 사람들은 오히려 인간관계 본질의 미묘한 감정의 변화 속 소통의 부재를 마주하고 있다. 어제도 오늘도 약속 없는 하루를 보내는 개인의 일상이 당연시되며, 나홀로 개인적 사회를 형성한 대중들은 외로움이란 감정을 전유물처럼 만들어냈다. 그렇게 암묵적으로 강요받은 사회적 외로움은 개인의 삶에 깊숙하게 파고들어, 모든 것이 연결된 세상 속에 은신하고 있다. 이러한 조직적인 외로움의 형성은 인간의 공적 영역을 무너뜨려 세상으로부터 개인을 분리하는 등 사회적 소외현상으로 번지는 위험성을 내재한다. 사회구성원은 정체성 상실을 경험하며 결국 사회로부터 도태되는 과정에 놓여 다차원의 문제를 야기한다. 이에 본 전시는, 네트워크상에서 모든 것이 연결되는 사회시스템의 변화로 인해 양산되는 사회적 외로움에 대해 다각도로 탐구하고자 한다. 급변하는 세상의 오늘, 개인의 삶 속에 자리한 외로움에 대한 재고의 시선이 필요한 때이다.
모든 것이 연결된 세상에서, 당신은 오늘 약속이 있나요?
작품 소개
백인교 작가
작가는 점·선·면·색의 테마로 구성하여 원색적이고 대담한 색의 조합을 통해 가장 본질적인 사물을 표현해낸다. 현대미술 속 설치작품의 관습적인 방법과 재료의 평범함을 탈피하여 관람객에게 공간이 주는 힘을 전달하고자 한다. 점으로 시작한 선이 면과 면으로 이어져 무한대의 공간으로 확장되는 커다란 공들의 굴레는 작가가 만든 세상을 색(色)으로 펼쳐낸다. 견고하게 완성된 공간에서 관람객은 각기 다른 부분을 응시하며 자신만의 배열을 만들어낸다. 하나의 공간에 대한 개인의 새로운 시선은 우리의 삶에 묵직하게 자리한 일상(ordinary)의 반복에서 벗어나 스스로 창조하는 새로운(extraordinary) 감정이 된다. 정지되고 단절된 개인의 일상에서 바라보는 커다란 공은 그저 신기한 즐거움에 그칠 수도, 억눌러왔던 감정의 무게를 직시하는 시작점이 될 수도 있다. 예측을 뛰어넘는 특별한 공간에서 관람객 개인이 쌓아왔던 감정의 방향을 찾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