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展
전시주제
우리 곁에 늘 존재하는 만남과 헤어짐 속 지금 우리가 그(녀)와의 사랑이 어디쯤 있는지 스스로 자문할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 어떻게 사랑을 할까에 대해 오늘, 우리는 물음을 던진다.
기획의도
먼 과거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사랑(愛)’ 만큼 복합적인 양가감정을 표현하는 단어가 있을까. 현대인은 타인과 공존하는 사회를 이룬 그 어느 시대보다 사회구조의 복잡성이 상승하며 다양해진 관계 속 정의 내리기 어려운 감정들의 연속을 경험하고 있다. 세상을 이룬 신화적 이야기에도, 위대한 예술작품 탄생의 배경에도, 정치·경제·사회·문화 그 어느 분야에도 공통된 매개인 ‘사랑’을 다루고 있다. 인간의 감정은 단순한 인과관계에 따라 발현되는 것이 아닌 비가시적 순간의 연속으로 이루어진다. 그렇기에 수많은 형태의 사랑의 모습 중 어느 지점만이 완전한 사랑이라고 정의할 순 없다. 관계의 상실(喪失)을 경험하는 과정 속 새로운 감정의 발생(發生)을 확인하기도 하며, 이를 관계의 이탈이 아닌 필연적 흐름(flow)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지금 이 순간의 ‘나’라는 자아는 특정 대상과의 관계를 규정하기 위해 상실과 발생의 반복적인 흐름에 놓여 사랑의 실존을 확인하려 한다.
본 전시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매개로 상실(喪失)과 발생(發生)을 반복하는 ‘관계의 필연적 흐름(flow)’을 다양한 시각으로 탐구하고자 한다. 작품을 통해 시각화한 사랑의 다양한 순간들을 살펴보며 우리 곁에 늘 존재하는 만남과 헤어짐 속 우리와 그(녀)와의 사랑이 어디쯤 있는지 스스로 자문해본다. 불확실한 미래에 어떻게 사랑을 하고 어떤 사랑을 할까에 대해 오늘, 우리는 물음을 던진다.
강호성 작가‘나’라는 자아는 타인의 존재를 인식하는 순간부터 대상과의 관계에 있어 역할을 부여받는다.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는 ‘나’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불안감과 분리된 감정을 동반하며, 이러한 마음의 발생은 여러 모습을 한 감정(感情)으로 펼쳐진다. 누구에게나 시작점이 되는 첫 순간이 있으며, 감정 역시 생겨나는 처음의 지점이 있다. 작가는 그 첫 지점을 보다 선명한 색채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우리시대 동화’ 시리즈는 불안으로 가득찬 이 시대에 타인의 존재를 인식함으로써 발생(發生)하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그려낸다. 오늘, 우리도 그 첫발을 내딛어 보자.
정찬우 작가관계를 이루는 수많은 형태의 모습 중 특정한 순간의 결합이 완전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작품은 불완전한 감정 속 완성된 사랑을 이루고자 하는 ‘우리(Y OU & I)’의 모습을 시각화하여 직관적인 방법으로 표현한다. 거대한 사람의 형체가 마주하는 그 순간의 모습은 아이러니하게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으로 보여진다. 작품이 표현하고자 한 ‘서로를 마주한 순간’은 사랑을 느끼는 감정의 순간을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관계의 상실을 포함한 복합적인 감정을 마주해야 함을 시사하며, 그 속에서 우리는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을지 생각에 잠기게 한다.
최윤정 작가작가는 색채와 형상을 통해 인간에게 발현되는 다양한 사랑의 감정을 그려낸다. 심리적으로 안정을 주는 밝은 파스텔 색조를 사용함과 동시에 명도와 채도의 경계에서 작품의 색감을 표현해낸다. 이는 비가시적인 ‘사랑’의 감정선을 최대한 단조롭게 표현하여 사랑이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임을 암시한다. 특징적인 것은, 선과 면의 형태로만 표현된 캔버스에 조각난 면들을 이용해 의도적으로 화면을 분리하고 있다. 공간의 시각적 분리를 통해 작가가 펼쳐낸 프레임 속에서 ‘사랑’을 자유롭게 표현하며 관람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로잡힌 것이 우리의 시선일지 눈에 보이지 않는(invisible) 어떠한 감정일지 떠올려 본다.
LEE.K 작가누군가와의 관계가 정의되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 을 표현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사랑에는 행복의 감정 외에도 다툼, 갈등, 오해, 공허함, 미련 등 수많은 양가감정을 동반한다. 작가는 이러한 사랑의 표현법에 대해 색다른 시각으로 접근한다. 작품은 그 모든 감정에 대해 침묵하는 것 또한 ‘나’의 감정을 표현하는 강력한 언어임을 말하고 있다. 켜켜이 쌓인 스케치가 주는 강렬한 느낌은 의도적으로 입을 허물며 오직 대상의 ‘눈’으로만 전달되는 메시지를 극대화한다. 작가가 침묵하는 초상화를 통해 사랑(愛)에 대하여 진정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일지 고찰해본다.
조강남 작가작가는 강렬하고 생기있는 모습의 ‘캔디걸’을 작품의 뮤즈로 설정하여 현시대의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밝고 경쾌하게 그려낸다. 작품 속 컬러풀한 캔디 팝 요소들은 인간이 본능적으로 추구하는 ‘사랑’의 감정이 가진 어두운 이면을 유쾌한 조롱적 표현으로 나타내고 있다. 작품은 사랑을 품은 우리가 필연적으로 지나와야 하는 감정의 단계와 관계의 과정을 긴 호흡의 ‘흐름(flow)’으로 표현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만남과 헤어짐의 굴레 속에 사랑을 완성(完城)해가는 수많은 우리가 있기에, 당신의 사랑의 모습은 어떤 형태로 그려지고 있는지 오늘, 우리는 물음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