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Visitor』展
-지구에 온 첫 번째 방문자
전시주제
우리는 사회 다각도의 분야에서 변화의 속도를 경험했다. 전시에서 보여주는 새로운 생태계의 모습이 아주 먼 미래의 일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곳, 우리의 생태계를 지키려는 인류의 노력이 필요해지는 시점이 당장 오늘로 다가올지 모르는 일이다.
이에 본 전시는 오염으로 변화된 생태계에서 맞이한 새로운 형태의 환경과 공존하는 인류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기획의도
오염으로 변화된 생태계에서 맞이한 새로운 형태의 환경과 공존하는 인류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Q:미래 생태계를 위한 우리의 역할은 무엇일까 ?
오늘날 미래 트랜드에 관한 수백권의 책들, 변화하는 사회와 관련된 수많은 용어들이 쏟아져나온다. 그 중심에 있는 '기술의 발전'. '발전'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무색할만큼 기술은 인간이 미래를 구현하는 속도를 넘어서고 있다.
여기에 펜데믹 사회가 형성되며, 기술의 발전에 의한 사회적 변화에 대해 사회구성원이 정서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지구의 생태계 또한 전에 없었던 속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은 오염되고 있다' 라는 문장을 이어갈 '다음 이야기'는 무엇일까. 인간은 오염으로 변화된 생태계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전시에서는 지구환경을 하나의 커다란 정원으로 보았을 때, 환경생태계를 보존하고 지키려는 인간의 노력을 전지구적 가드닝 활동으로 보고자 한다. 전시는 전시장 한 가운데 서 있는 ‘나’라는 존재를 미래에 펼쳐지게 될 새로운 생태계에 첫 발을 내딛는 인간이라는 가정 하에 시작한다. 미래 생태계를 위한 인류의 역할에 대한 물음표를 던지고자 한다.
안치홍 작가작가는 나무의 본체에서 떨어져 나간 나뭇가지를 통해 모종의 생명체를 연상시키는 형상을 구성한다. 인간의 인위적 혹은 환경의 자연적 파괴로 서로 포개지고 엮이며 유기적으로 연결된 나무는 파괴된 환경에 대한 인간과 자연의 적응력을 상징한다. 작품은 나무라는 재료의 물성과 본래의 생김새, 색채와 질감을 고스란히 방사하면서도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나무의 새로운 측면을 낯설게 접촉하고 있다. 이렇듯 새로운 생명체의 형태로 재구성되어 진화하는 작품을 통해 파괴된 자연에 적응하는 적자생존의 법칙을 터득한 나무의 강한 생명에 대한 인간의 시선을 보여주고자 한다.
전정은 작가자연은 인간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함과 동시에, 발전하는 기술의 흐름에 인간은 광대한 자연을 상실 중인 상황에 놓여 있다. 자연을 파괴하며 편의를 추구하는 인간의 욕구와 온전한 자연의 모습을 보전하려는 귀소본능의 반복된 과정들은 이중적인 인간의 태도로 비춰지며 곧 조작된 모습들을 만들어낸다. 특히, 창밖으로 보이는 청량한 자연의 모습과 대비되는 인간의 욕망이 흔적으로 남아있는 화면 배치(背馳)는 자연이라는 대상에 대한 인간의 이중성을 나타낸다. 작가는 부자연스러운 풍경으로 시각화한 ‘이기적 풍격’을 인간이 조작한 결과물로 표현해낸다. 침묵 속 발현된 두 개의 공간에 배치된 자연은 어쩌면 우리들의 이기적인 의식이 만든 환상은 아닐까.
박현지 작가과거 인간은 자연의 일부로 기본적인 욕구만 충족하며, 자연에 대한 경외와 겸허함을 갖고 교감해 왔다. 그러나 오늘날 인간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는 어떠한가. 자연은 기술발전으로 부유해진 현대인의 지나친 욕망으로 탐욕을 채우는 수단으로써 사용되어 인위적인 통제를 통해 일방적인 오염을 발생시켰다. 작가는 그 당연한 결과로 지구환경 파괴로 이어진 현재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표현함과 동시에, 오염 전 초록이 만연했던 자연을 그리워하며 그 기억 속에 아름다웠던 풍경을 함께 떠올리게 한다. 자연물 속에서 다양하고 순수한 교제의 시절을 거친 과거 인간들의 모습을 회상시킨다. 작품을 통해 당신의 삶의 원동력의 초기 근원은 무엇이었는지 떠올려보자.
김양희 작가작가는 겹겹이 포개진 혼합물들을 통해 우연적이지만 의도적인 모순된 표현법으로 자연의 모습과 닮은 형태를 나타낸다. 이러한 형상이 과연 식물의 진화인가 퇴화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며, 인간과 식물의 부조화 속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조화로움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인위적으로 가공된 재료들로 조작된 형태는 자연을 흉내(mimic)내고, 자연적이지 않은 인공적인 미래의 생태계를 그려낸다. 작품 속 식물은 마치 변화된 자연에 적응한 ‘미래식물’을 연상시킨다. 친근한 자연의 모습에서 언뜻 보이는 식물이 아닌 모습을 한 ‘불쾌한 골짜기’와 같은 이질적인 면모를 통해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지 생각하게 한다.
하늘빛 작가태초 모습을 간직한 지구의 자연 속 광활한 대지와 산, 밀림, 계곡 등의 다양한 생태계들은 ‘식물의 왕국’을 연상하게 한다. 인간의 문명발현 이전의 원시 자연은 모든 존재에게 놀랍고 낯선 감정을 전달한다. 작가는 지구의 첫 번째 방문자인 ‘식물’이 건설한 왕국을 초록색 외투로 표현하며 마치 지구에 정착한 개체로 표현해낸다. 작품은 식물의 왕국에 도착한 또 다른 개체인 ‘인간’을 자연에 대한 경외를 품고 저마다의 목적으로 살아가는 존재로써 생존과 공존의 경계에 서 있음을 나타낸다. 이에 전시를 방문한 관람객을 ‘지구’라는 환경에 첫 방문하는 개체로 보아 생존과 공존의 이중적 시각으로 자연을 바라보게 한다. 당신은 오늘, 지구의 첫 손님으로 무엇을 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