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기획자 X』展
전시주제
사회의 역할과 책임으로부터 회피하는 어른아이가 아닌, 일상을 극복할 힘을 얻기 위한 어른아이가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
기획의도
성인으로 성장하였음에도 그 책임과 역할을 거부하며 여전히 어린아이로 남고자 하는 상태를 피터 팬 신드롬 peter pan syndrome 이라 한다. 생존을 위한 경쟁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을 부정하고 회피하는 것인데, 보호자의 존재 아래 사회적 책임과 역할로부터 자유로웠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반면 동심 속에서 심리적 안정감과 휴식을 얻으며 행복함을 느끼는 사람을 어른아이 kidult라 부르기도 한다. 이들은 유년기를 함께했던 친숙한 캐릭터, 동화 등에서 애착을 느끼면 관련상품을 소비한다.
이번 전시는 <피터 팬 peter pan> 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Ailce’s Adventure in Wonderland>를 떠올리게 한다. 두 이야기의 공통점은 특정 공간으로 이동하며 시작된다는 것이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은유적 표현으로 가득하다.
우리의 일상 또한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사건들로 이루어져 있다. 참여 작가들은 유년기의 기억을 되살리거나 평범한 일상에 상상력을 더해 치열한 일상에서부터 잠시 눈을 돌릴 수 있게 도와준다. 작가들의 무한한 상상력을 통해 일상으로부터 잠시 멀어져 보길 바란다. 전시를 나오는 발걸음에는 기억 한편에 머물러 있는 유년기의 따뜻한 추억이 담겨 있기를.
이지영 작가작가는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 상황, 관계, 어린 시절 등 내면의 모습을 시각화하여 그 공간을 무대로 상정한다. 무대는 작가가 현실로부터 받아들이는 심리 상태를 연출한 공간이다. 작가는 무대를 연출하기 위해 직접 제작한 소품을 활용하여 상상의 공간처럼 보여준다. 작가가 표현하는 상상의 공간은 오브제의 종류 또는 색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통해 당시 상황 또는 감정을 은유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더하여 무대 공간의 연출부터 해체까지의 과정을 통하여 당시 얽매여있던 감정과 상황을 되돌아보며 성찰의 시간을 가진다. 이를 통해 작가는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거리를 유지하고, 나아가야 할 방법을 모색한다.
주혜형 작가 작가는 개인을 사회를 구성하는 개체로써 바라본다. 개인이 다른 사회 구성원을 바라볼 때, 그저 한 명의 구성원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는 개인의 정체성은 타자로부터 호명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구조에서 개체는 다수의 개체와 관계를 맺을 수 밖에 없다. 이에 개인의 정체성은 일상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자극과 관계에 따라 계속해서 모습이 변화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것처럼 볼 수 있지만, 이는 사회구조에서 우리의 모습이다. 작가가 거대한 사회 담론이나 사회적 모습과 관련한 이야기보다 일상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작가는 일상의 이야기에 집중하면서도 만화적 상상력을 통하여 현실로부터 일달을 보여준다. 작품을 통해 현실의 모습과 이상적인 상태를 동시에 보여주지만, 현실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모습이기도 하다.
이영옥 작가그의 작업에서 패턴은 특정한 의미를 다진다. 작가는 집 근처에 있는 마트에 방문하여 땅콩을 구입한 일화를 떠올린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당연히 땅콩 껍질이 벗겨져 있을 것이라 기대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통을 열었다. 하지만 껍질은 벗겨져 있지 않았고, 그 마음은 실망감으로 변했다. 작가는 땅콩 껍질을 직접 벗기기 시작함과 동시에 일상으로 빨리 돌아가야 할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러니 껍질을 벗기는 과정에서 그러한 생각과는 점점 멀어지기 시작한다. 작가는 반복되는 행위를 통하여 현실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고민거리를 밀어내고자 한다.
윤이도 작가작가는 다양한 사회적 사안으로 인하여 변화되거나 사라진 도시의 공간, 즉 남겨진 장소와 그 장소를 둘러싼 이야기에 집중한다. 남겨진 장소와 그 이야기와 관련한 다양한 자료를 수집 및 정리하며, 그 자료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이어간다. 작가가 주목한 장소는 외할머니의 추억을 떠올리는 곳이다. 작가에게 외할머니의 집은 아름다웠던 기억을 떠올리는 동시에 그의 부재를 실감할 수 있는 장소이며, 재개발로 인하여 당시 모습을 볼 수 없는 공간이다. 작가는 외할머니의 부재로 인한 상실감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과정을 <긴긴밤, 빈 눈으로, 고이> 작품을 통하여 보여준다. 작가는 그곳에서 발생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흑백 이미지로 보여주며, 기억 속에 남겨진 장소와 사람들을 기억하고자 한다.
유화수 작가작가는 콤플렛스 또는 부정적인 상황으로부터 받는 불안감 또는 도피하고 싶은 심리적 상태를 작업 행위로 해소하고자 한다. 그 방법은 자연에서 가족과 함께 보낸 유년기의 기억이다. 작가에게 유년기억의 기억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외부로부터 받는 강한 자극을 완충시키는 역할을 한다. 작가는 단순히 개인적인 경험과 소재, 즉 과거의 기억을 캔버스로 옮기는 것이 아닌, 상상력을 더하여 가상의 공간을 만든다. 가상의 공간, 즉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캔버스 공간은 현실에서 충족하기 어려운 욕망 또는 불만족스러운 심리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작가가 꿈꾸고 있는 유토피아의 모습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