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의 말, 사색의 길』展
전시주제
경기도 남양주 출생으로 올곧은 정치를 펼쳤던 다산 정약용의 위인적 가치를 드높이고자 『사색의 길, 정약용의 말(言)』 전시를 개최하였다. 그는 백성을 위한 실용적 정치를 몸소 보여준 대표 실학자로서, 그가 유배기에 저술한 약 500여권의 저서는 현대에도 그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 있다. 전시는 역사 속에서 살아 숨 쉬는 다산의 저서들에 남겨진 그의 말(言)에 담긴 메시지를 시각화하여 그 가치를 예술적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본 전시에 펼쳐지는 ‘사색의 길’은 1818년 해배길 당시의 정약용과 2020년 현재의 시간을 이어주는 특별한 거리로 연출한다. 다양한 빛깔로 선보이는 현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현대의 우리와 과거 정약용의 사색(思索)적 의미를 연결해주는 문화적 공간으로써, 시민들이 직접 길을 걸으며 소통하는 하나의 광장으로 발전하고자 한다.
이에 본 전시는 정약용의 말(言)이 담고 있는 참 의미를 조명하며 다양한 현대 미술적 연출을 시도하여 정약용이라는 인물이 지닌 가치를 예술적으로 시각화한다. 야외공간인 ‘사색의 길’에서 펼쳐지는 작품의 현대적 재해석은 시민들에게 소통의 장을 열어주어 남양주만의 색다른 문화·예술적 공간으로 자리 잡을 것을 기대한다.
강인구 작가【바위, 바다로 가는 길.】은 모든 개별 자연석이 원래 커다란 하나의 바위 덩어리였지만, 수만년을 거쳐 냇가에 남겨지고 바다에 이르러 결국 모래 알갱이로 흩어지게 되었다는 과학적 가설에서 시작한다. 정약용의 말(言) 역시 그 근본의 시작은 그의 얼과 뜻을, 말(言)이라는 언어적 요소로 표현하여 후대의 우리들에게 흩뿌리듯 전하고 있다. 작가는 다산의 정신이 담긴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커다란 공과 같은 바위로 표현해 시각적으로 형상화한다. 마침내 커다란 바위를 만난 관람객이 이에 담긴 정약용의 뜻을 상기하길 바라고 있다.
김경주 작가【마음터널_Heart Sutra Tunnel】은 관람객 참여 작품으로, 시민들이 만들어가는 과정에 따라 작품의 최종 형태가 완성된다. 작가는 정약용의 저서, ‘마음 닦기, 심경밀험(心經密驗)’을 모티브로 관람객이 걸을 수 있는 터널을 선보인다. 심경밀험은 다산이 그의 유배기에 송나라의 심성수양경전 ‘심경’(心經,Heart Sutra)을 풀이한 것으로,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경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작가의 마음터널 속에서 나 자신의 마음을 지키며 살아가기 위한 각자의 ‘마음글’을 작업 안에 담아보기를 기대한다.
김동우 작가【정약용의 말(言)】은 다산 정약용의 얼과 뜻을 ‘말’이라는 언어로 시각화하여 감각적으로 표현해낸다. 작가는 정약용이 후대에 남겼던 수많은 말들을 작품 속에 직관적으로 담아 그의 말에 깃든 참된 의미의 가치를 조명하고 있다. 여기에 조형적 요소를 더해 공간감을 불어넣어 사색의 길을 걸어온 관람객으로 하여금 작품의 메시지를 메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역사 속에 살아 숨 쉬는 정약용의 정신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전달하여, 관람객 스스로 사색의 길 끝자락에서의 특별한 공간을 만들어내길 바란다.
김영원 작가작가는 정약용이 남겼던 다방면의 말(言)들이 향했던 곳은 단 한 곳, 늘 백성이었음에 착안하여 작품을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그림자의 그림자(홀로서다)】는 4면이 모두 정면으로 보이는 구조로, 관람객은 한 자리에 서서 다각도의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보게 된다. 어느 곳을 보더라도 정면을 보고 있는 조형적 구조는 다산의 뜻이 늘 백성이라는 한 곳에 응집되어 있음을 상기하게 한다. 평면과 입체의 경계 속 관람객이 작품 앞에 서면 또 다른 면을 보기 위해 한 바퀴 돌며 감상하도록 만들어져 있는 것이 관람 포인트이다.
효제인 작가【In the End ver.04】는 큐브속에 갇혀 서서히 가라앉는 헬륨풍선과 반복되는 형태의 금속 조형물의 대비를 통해 자유롭고자 하는 이상과 머물고자 하는 힘을 대비시킨다. 백성을 위한 실학사상을 펼쳤지만,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만연했던 기득권층의 무게로 인하여 끝내 유배길에 올라야 했던 정약용이란 인물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날아오르지 못한 풍선은 백성에게 전하고자 했던 그의 사상과 말을 떠오르게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변화하는 풍선의 모습과 흔들림에도 굳건히 자리하는 금속조형물의 대비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생각에 잠기게 한다.
이항길 작가【유토피아】는 정약용의 민본, 실학사상, 목민심서를 기반으로 관람객과 소통하며 작품을 완성해간다. 철골 구조로 되어있는 사각형의 공간에 표현된 각기 다른 색상의 끈은 ‘동, 서, 남, 북, 하늘’ 5개의 키워드를 이미지화한다. 작가는 작품 속 다섯 종류의 끈을 다산이 강조하였던 ’부국강병’의 의미가 담긴 색으로 나타내는 등 색채를 통해 작품의 상징적 의미를 표현해낸다. 관람객은 안과 밖이 서로 다른 색으로 되어있는 끈을 직접 움직여 색상을 전환시키며 작품 속 자신만의 이미지를 완성해가며 소통의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한진섭 작가작가는 작품에 기교를 넣는 것을 경계하며 【사색의 소녀】, 【행복하여라(돼지)】 조각상 역시 독창적으로 탄생시킨다. 정약용은 그의 모든 정책, 저서, 사상의 중심에 ‘백성’을 두어 사소한 말 하나라도 소수의 기득층이 아닌 마치 아이와 같은 백성들의 눈높이에서 전해왔다. 작가는 이러한 다산의 정신을 작품에 반영하여, 어린아이의 시선으로도 한눈에 들어오도록 재미난 작품을 선보인다. 이러한 단순함은 오히려 작품의 디테일을 완벽하게 마무리하게 한다.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객 모두에게 간결한 의미 속에 숨은 그들의 깊은 뜻이 전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