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코 디스코] 展


디스코 디스코

전시 기간: 2021. 03.25.~2021.10.03.

참여 작가: 서자현, 진귀원, MeME, 박종화, 김인, 김형기, 이아람


당신의 심장을 뛰게 하는 에너지는 무엇인가요?

 

기술의 발전, 산업구조의 변동 등으로 공동체의 형태가 급진적으로 변화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사회학자 울리비 벡(Ulrich Beck)은 산업화로 인한 이점과 상실의 양면성을 가진 사회를 ‘위험사회(Risk Society)’라고 칭하여 현대의 사회상을 나타내었다. 위험사회에서는 사회 전체의 의사결정 시 현실에 상존하는 위험 여부를 우선순위로 두게 되며, 사회적 위험이 불러오는 측정할 수 없는 비가시적인 위험이 강조되어 위험에 노출된 구성원들의 협력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공동체의 형태가 변화하고 최근 팬데믹(Pandemic) 상황까지 겹치면서 사람들은 타인과 무언가를 함께하려는 의지가 점차 약해져 갔다. 그 결과 인간은 타인과 ‘공존하지 못하는 사회’에 놓이게 되었다.

 

이는 개인주의로 향하는 사회의 발걸음을 가속하여 준비되지 않은 채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들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타인과 공존하고자 하는 사회적 욕구 형성도를 만족하지 못한 간극에서 인간은 심리적 우울감에 맞닥뜨린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인간은 가치 기대와 가치 능력 간의 차이에 대해 인식하며 점진적 박탈감을 느끼게 되고 이는 공격성이나 분노의 감정으로 확장된다. 공존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박탈감이 해소되지 못한 채 사회로 향한 분노의 감정으로 번져가고 있다.

 

이 시각, 대중들은 이러한 감정을 표출하고 해소할 에너지원을 찾고 있다. 음악적 장르인 ‘디스코(DISCO)’는 과거 오일쇼크 등으로 전 세계적으로 위기의 시대를 맞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으며 탄생하였다. 디스코는 ‘단순함과 경쾌함’을 바탕으로 당시 외부적 요인으로 고단한 생활을 하던 사람들의 근심을 날려주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혼란한 사회를 맞이한 지금, 디스코는 다시 한번 우리의 감정을 해소할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작품을 통해 에너지를 전달하여 우리 스스로 현재를 극복하길 희망한다. 이에 본 전시는 디스코(DISCO)를 매개로 위험사회 속 타인과 공존하지 못하는 혼란한 사회로부터 대중들의 일상에 활력을 전달하고자 한다. 한 편의 디스코 같은 경쾌한 전시를 통해 오늘, 당신의 갈증을 해소해 보자.



서자현 작가

작가는 회화와 디지털 매체를 융합하여 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의 과정을 통해 미디어 본질이 변화되는 현상에 주목한다. 팬데믹 시대를 맞이한 대중들은 타인과 함께 더불어 하는 것들을 두려워하게 되었고 그 결과 코로나블루와 같은 감정적 침체에 놓여있다. 이에 ‘디스코(DISCO)’를 매개로 하여 ‘단순함과 경쾌함’의 요소를 ‘회복과 공존’으로 시각화하여, 공존하는 사회에 대한 의미적 고찰을 시도한다. <사랑시리즈>는 강렬하고 독특한 표현으로 이러한 시대적 이슈와 중첩하여 대중들에게 무한한 희망적 에너지를 공급하고자 한다. 작품의 세밀하고 풍부한 표현이 전달하는 상생적 공존의 메시지를 통해 우리의 일상을 회복하길 바란다.

 

진귀원 작가

유동적으로 흔들리는 현 사회의 공동체적 의미는 구조의 형태보다 하나의 ‘네트워크’로 인식되고 있다. 개인들의 삶 역시 공동체에서 벗어나 불확실성으로 채워진 영역으로 넓혀져 ‘개인들의 사회’를 향해 나아간다. 작가는 변화 자체를 삶의 영구한 조건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세태의 과정에서 새로운 공간에 열리는 다면적 표현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작품이 선보이는 다양성은 혼란 속의 질서에 주목하여 고유의 공간에 세밀하게 담아낸다. 오브제의 금박을 활용한 도금기법, 투명한 레진을 이용한 물감 드로잉 등 독특한 방식으로 제작되는 작품들은 조화를 이루어 공존의 형태를 견고하게 유지하며 자체적 에너지를 뿜어낸다. 혼란 속 질서에서 발견하는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를 통해 우리의 삶에 생명력을 전달해보자.

 

MeME 작가

언택트 문화의 발전과 지속되는 팬데믹 상황에 타인과 ‘공존하지 못하는 사회’가 되어버린 현실에 놓인 ‘나’라는 개체의 갈등과 발산되는 감정을 오브제 <PIGME>를 통해 나타낸다. 형광 아크릴 판넬, RGB 조명, 아크릴 물감, 면테이프, 렌티큘러 인쇄물 등의 재료를 조합해 유기적으로 얽혀 완성한 피그미 형상은 복잡한 사회 속 인간의 모순된 감정을 투영하여 잔상을 남긴다. 외로움, 분노 등의 부정적 감정의 종착지는 가장 행복한 순간을 찾고자 하는 긍정의 마음과 공존함을 의미하며, 타인과의 공존은 결국 나 자신의 능동적 행태로부터 결정된다는 것을 발견한다. 피그미가 선보이는 공간을 통해 혼돈의 시대를 겪고 있는 대중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다시 한번 일어설 수 있는 희망이 열리길 소망한다.

 

박종화 작가

작품은 몇 개의 영화장면들을 뒤섞어 놓고, 그 안의 인물들을 자유롭게 배치하는 단계를 거쳐 탄생한다. 영화 속 장면들을 매개로 솔직하게 전달되는 인간의 감정을 현실과 픽션의 경계에서 절묘하게 표현해 낸다. 그 과정에서 관객은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고 이윽고 해소하는 일종의 돌파구를 경험한다. 작가는 그림의 요소를 자세하게 묘사하려고 애쓰지 않으며, 깊은 공간감을 시도하지 않는 작업 방식을 택하는 등 작품의 호흡을 단순하고 경쾌한 리듬으로 이끈다. 그저 ‘즐겁고 재미나게’ 독특한 색들을 입혀나가며 나만의 장면들로 연출한 작품의 조우는 관객으로부터 현실로의 대리만족을 느끼게 한다. 지금, 작가가 펼쳐놓은 유쾌한 장면 속 감정의 조각을 들여다보자.

 

김인 작가

작품은 정돈된 반복을 이루는 어지러운 사물들을 통해 공존에 대한 반전의 관점을 시사한다. 동일한 사물들의 질서정연한 정렬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과정에서 한 개의 물체는 집단으로 재생산된다. 획일화된 패턴을 띄는 구조의 꽉 채워진 공간은 어딘가 답답하고 갇혀있는 느낌을 전달하며 이러한 반복은 오히려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을 개별 구성요소에 주목하게 한다. 자동차, 브이, 장난감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의 선택은 일상 속 인간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사물과 인간의 보편적 연속성은 정체되고 혼란한 사회상에 부둥켜 공존하고자 하는 분명한 형태의 자아로 표현되어 희망차게 도약을 준비하는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힘이 있다.

 

김형기 작가

작가는 오토마티즘(Automastism; 무의식적 자동작용)을 이용하여 인간의 무의식적 감정을 들여다본다. 의식적으로 통제되고 억눌리는 현실을 벗어나 우연의 효과에 몸을 맡겨 마치 하나의 우주와 같은 공간을 만들어낸다. 그 결과 무한한 겹의 추상 형상들의 표현을 통해 인간의 내면 깊은 곳에 자리 잡은 감정들의 근원을 찾아 생명체의 자연적 욕구를 발견하는데 이른다. 특히, 감정의 결과물로 표현된 작품에 ‘춤(動)’이라는 매개체를 결합하여 활력을 주는 에너지를 전달하는 것이 특징적이다. 화면에 물감을 뿌리는 등의 생동감 넘치는 액션페인팅 기법과 작품의 리듬에 맞춰 본능적인 몸짓으로 춤을 추듯 표출되는 존재 에너지는 우리의 감정을 되돌아보게 한다.

 

이아람 작가

형체의 단순함과 빛을 이용한 원색의 사용으로 형태를 완성한 작품은 복잡한 표현방식 대신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대중에게 다가간다. 작가는 현대의 사회상에 내재한 위험요인을 작품을 통해 밝고 경쾌한 에너지로 승화시켜 자신만의 탈출구를 찾는다. 이러한 단순함 속 경쾌하게 펼쳐지는 작품의 전개는 대중들에게 희망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작품의 가시화된 대상을 ‘인간’에 초점을 두어 작품 전체의 이미지를 지배하게 하여 위기의 시대가 마주한 문제점을 풀어가는 주체를 ‘나 자신’에게 귀결시킨다. 작가 고유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형태적 이미지를 통해 나만의 탈출구를 찾아가길 바란다.